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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정치공작, 검찰 수사력 총동원해 파헤쳐야 |
이른바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에 이어 이번에는 국정원이 반값등록금 운동 무력화를 위해 공작에 나선 사실이 내부 문건으로 드러났다. 두 문건 모두 단순한 도상계획이 아니라 실제 집행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검찰이 수사중인 정치댓글 공작도 ‘원세훈 국정원’의 거대한 정치공작 계획 아래 전개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댓글 위주의 수사만으론 공작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다. 검찰은 당장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번에 확인된 문건은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이란 제목 아래 2011년 6월1일 국정원 국익전략실 사회팀 6급 조아무개씨가 작성했다고 한다. 직원들의 실명과 전화번호도 국정원의 전통적 표기법에 따라 적혀 있고, 휴대전화는 지금도 조씨가 사용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니 문건은 국정원이 만든 게 확실해 보인다. 문건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인상시킨 등록금을 이명박 정부가 안정시킨 것이란 주장과 함께, 권영길·정동영 등 등록금 인하 주장을 펴는 의원들에 대해 자녀를 해외에 유학보내는 등 “이율배반적”이라고 비난하며 심리전에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문건 작성 40일 뒤인 7월9일 반값등록금 운동을 활발하게 벌여온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대해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나, 서울시를 겨냥한 보수단체의 집회와 여러 단체 등의 서울시 비판 성명 발표 등 두 문건 내용과 유관한 것으로 보이는 활동들이 진행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검찰은 박원순 문건에 대해 “국정원이 부인하면 수사가 힘들다”며 지레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두 문건의 내용을 보면 정치댓글은 국정원의 광범위한 정치공작의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와 의회정치를 파괴하고 헌정질서를 기본에서부터 허무는 국기문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검찰이 이를 외면하는 건 큰 죄를 덮어두고 작은 죄만 수사하겠다는 것으로 직무유기 수준을 넘어 사실상의 범죄 은폐 행위에 가깝다. 두번째 문건엔 작성자 실명과 연락처는 물론 중간결재자 이름까지 나와 있어 수사가 어려울 것도 없다.
두 문건과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 내용 등을 모두 합쳐놓고 보면 지난 대선에서 선거개입이 시도됐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선거법 공소시효(6월19일)를 고려해, 수사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정치공작 책임자와 관련자들을 발본색원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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