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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19 19:15 수정 : 2013.05.19 19:15

북한이 개성공단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을 허용하겠다고 제안했는데도 우리 정부가 이를 보름 가까이 숨겨왔다고 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남측 최종인원이 철수하던 지난 3일 북측이 날짜까지 제시하며 기업인들의 방북 허용 의사를 표명한 사실을 최근 알려왔다며, 정부는 북측과의 논의 사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의 그런 제안은 사실이지만 사실상 협의가 불가능한 시점이어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며, 남북간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라고 떠넘겼다.

하루가 다르게 숨이 꺼져가는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입주기업인들은 속이 타들어가는데 남북이 티격태격 공방전만 벌이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개성공단은 아직 전기·용구 공급이 제한적으로나마 이뤄지고 있어 재가동의 불씨는 살아 있다. 하지만 6월을 넘기면 설비에 녹이 슬고 복구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사실상 재가동은 물건너갈 처지라고 한다. 남북의 기싸움에 밀려 개성공단이 고사하는 비극이 현실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어제 통일부 대변인 성명에서 당국간 대화를 세 차례 제의하고 관리위원회를 통해 비공개 접촉을 하는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북한이 거부했다며 북한에 책임을 돌렸다. 남북교류와 협력의 상징이자 보루인 개성공단이 이 지경에 이른 근본적 책임은 공단 운영과 무관한 이유를 들어 통신선을 끊고 출입통제와 근로자 전원 철수 조치를 취한 북한에 있다. 북한이 기업인의 방북과 원·부자재 반출을 허용할 뜻이 있었다면 우리 쪽 인원이 전원 철수하기 전에 제안했어야 마땅하다. 지난 14일 남측이 내놓은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제안을 북측이 다음날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한 일은 유감스럽다.

우리 정부가 대화를 제의했다고 하지만 형식과 내용이 모두 모호해 진지한 대화 제의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에도 북한의 자재 반출 허용 제의를 슬쩍 감추고선 실무회담을 열자고 북한을 몰아붙이는 건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이중적인 자세다. 북한이 합당한 절차를 밟아 제의한 게 아니어서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해도 사실을 밝히지도 않고 북한에 회담을 제의한 것은 떳떳지 않다.

개성공단 정상화는 정부의 노력에 달렸다.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단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전향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북쪽의 변화만을 요구해서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개성공단 관련 협의에 참여하고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주기업인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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