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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사 부정의 극치 보여준 아베의 야스쿠니 인식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도발’이 금지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아베 총리는 최근 미국의 외교전문 매체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 국민이 전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소인 알링턴 국립묘지를 생각해 보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일본 지도자로서 당연한 것으로,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미국민이 전사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소인 알링턴 국립묘지와 야스쿠니 신사가 같다는 논리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는 역사인식이다.
야스쿠니와 알링턴이 다른 점은 야스쿠니에는 도쿄재판에서 에이(A)급 전범으로 처벌된 14명의 위패가 안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알링턴 묘지에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전범이 없다. 아베 총리가 이런 점을 뻔히 알면서도 두 시설의 성격이 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2차대전의 패전과 그에 따른 도쿄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독일 총리가 히틀러의 묘지에 참배하면서 이것이 알링턴에 가는 행동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의 몰상식, 몰역사적 언행이다.
이러고도 그가 최근 야구경기 시구를 하면서 헌법 개정 절차를 담은 제96조를 암시하는 96번의 등번호를 단 것, 항공자위대를 방문해 2차 대전 당시 만주에서 생체실험을 했던 731부대를 연상하게 하는 ‘731’ 번호가 적힌 훈련기를 타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행동이 과연 우연의 일치라고 변명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침략의 정의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운운하며 여론의 향방에 따라 치고 빠지기를 되풀이하고, 일본군 위안부의 정부 관여를 부정하는 그의 언행의 뿌리가 이번 발언으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총리의 수준이 이 정도이니, 극우성향의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과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 같은 이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일본에만 위안부 제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망발을 하며 설쳐대는 것 아닌가.
아베 총리의 확신범과 같은 비뚤어진 역사인식에 대해선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권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세계인이 나서 규탄해야 마땅하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는 ‘아베 일본’과 어떤 부분에서 협력할 수 있고, 어떤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분명한 기준을 세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역사인식 때문에 북한·경제·환경·문화 등의 협력을 중단할 수 없듯이, 그와 관계없이 전면적 협력을 할 수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침략을 부정하고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일본에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신호를 일관되고 강력하게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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