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1 19:52
수정 : 2005.08.21 19:52
사설
법원이 처음으로 법무부의 난민 인정 불허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한 방글라데시인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 불허결정 취소청구 소송에서다. 법무부는 이 사람에 대해 “강제소환될 경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근거있는 공포’를 인정하지 않은 반면, 사법부는 이를 한결 넓게 해석했다.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참여정부의 난민 인정 요건이 실은 얼마나 까다로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들어 난민 지위 인정 신청이 크게 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정부의 이런 까다로운 판정 요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외국인들이 늘어날 소지가 없지 않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난민 인정과 관련한 기준이나 원칙에 인권 신장과 수호라는 보편적 가치와 상충하는 대목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물론 불법 장기 체류자들이 난민인정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난민 판정 요건을 무턱대고 완화할 수만은 없다는 정부 처지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제도의 악용 가능성에만 매달린 경직된 제도운용 탓에 ‘진짜 난민’이 인권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난민 지위를 불허하는 이유는 대부분 민주화투쟁 등 관련 행적을 입증할 자료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이런 자료들을 제출한다 하더라도 법무부 차원의 전담인력이 한두명에 지나지 않아 세심한 검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인력 탓에 판정 관련 업무처리가 늦어지면 그러지 않아도 신분이 불안정한 신청자들로서는 이중의 피해를 보게 된다.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두고 있는 나라에서 외국인들의 이런 피해가 지속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기회에 난민 인정 제도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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