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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환위기 신용회복 지원 실효성 있게 해야 |
금융위원회가 외환위기 때 연대보증 채무를 진 사람들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연체 기록을 삭제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라는 재난 상황에서 본인 채무가 아닌 연대보증 채무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채권 매입 재원을 170여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지원 대상은 외환위기 당시 부도율이 급등한 시기인 1997~2001년 사이에 도산한 중소기업에 대해 연대보증한 채무자로, 대상자가 11만명에 이르며 채무금액은 13조2000억원이라고 한다. 지원 내용을 보면 10억원 이하 원금의 최고 70%를 감면하고 10년까지 분할상환하도록 했다. 1억원까지 채무조정 지원을 하는 국민행복기금에 비해 한도가 커진 것은 기업대출을 대상으로 해 차이가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자체 재원으로 채권을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매입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도덕적 해이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대보증이라는 제도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 이들에게 패자부활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 충실했다고 한다. 연대보증은 다른 사람이 진 빚 때문에 억울하게 고통받는 피해자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진작 없어졌어야 할 후진국형 악습이다. 아는 사람의 부탁을 외면하기 어려워 보증을 섰다가 낭패를 당한 사례가 너무 많다. 금융회사가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고 대출을 쉽게 회수하는 수단으로 연대보증에 기대온 책임이 크다. 그런 까닭에 은행권 연대보증은 지난해 폐지됐으며 제2금융권 신규 연대보증도 7월부터 폐지될 예정이다. 이렇게 기존 연대보증 계약은 단계적으로 해소하기로 한 만큼 과거의 족쇄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경제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도 가계부채 해결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빚은 채무자와 채권자의 문제다. 국가가 대신 갚아줄 경우,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 쉽다. 채무조정 대상자 선정을 신중하고 정교하게 해야 한다. 고의적 연체자나 고소득자 등을 제외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행복기금은 대선 때 공약과 달리 채무액을 1억원 이내로 한정해 대상자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최고 50%까지 채무를 감면해주겠다고 하나 실제로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민행복기금이나 신용회복 지원방안이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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