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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18 북한군 개입’ 보도, 그냥 넘길 수 없다 |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5·18 북한군 개입’ 보도는 종편이 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방송’인지를 생생히 증명한다. 종편의 선정성이 도를 넘은 지는 이미 오래다. 과도한 노출, 저질 표현, 욕설과 막말 등의 자극적 내용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종편이 급기야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군의 기획 작품으로 날조해 우리의 국기를 흔드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티브이조선> <채널에이> 등의 ‘5·18 북한군 개입’ 보도는 단순한 역사왜곡을 넘어 민주주의를 통째로 부정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이것은 언론이 아니라 흉기다. 5·18 희생자 유족들의 가슴을 비수로 후비고 민주주의를 위한 값진 희생과 노력을 무참히 난도질한 행위다.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마저 저버린 종편에 ‘의무전송’ 등의 각종 특혜를 베푸는 것이 과연 옳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극우세력의 5·18 정신 폄훼는 더욱 천인공노할 수준이다. 극우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는 5·18 당시 희생된 주검들의 관 사진에다 ‘배달될 홍어 포장 완료’ 따위의 글을 달아놓는 패륜 행위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극우세력과 이들의 대변인 격인 종편이 합작해 5·18 정신을 조직적으로 훼손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5·18 북한군 개입설이 얼마나 황당한지는 <동아일보>가 자사 종편인 <채널에이>를 비판하고 나선 데서도 확인된다. 동아일보는 사설과 기사 등을 통해 북한군 5·18 개입 보도가 허위임을 강조하며 사태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이런 보도가 채널에이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티브이조선>의 어처구니없는 보도에 대해 계속 침묵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조선일보의 침묵은 5·18이 북한군의 기획과 작전에서 비롯된 무장폭동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인지 궁금할 뿐이다.
종편들의 무도한 보도 행위는 결코 묵과하고 넘어갈 수도 없고, 넘어가서도 안 될 사안이다. 당사자들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과는 별개로 법에 의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종편뿐 아니라 그동안 각종 음모론과 극단적 주장의 재생산기지 역할을 해온 일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사태평이다. 걸핏하면 ‘종북 사이트’니 ‘이적표현’이니 하며 법의 칼날을 휘두르던 태도와는 딴판이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참석한 국가기념일인 5·18이 왜곡되고 훼손되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구경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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