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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주의 위협하는 종편, 이대로 둬선 안 돼 |
이명박 정권 때 ‘날치기’로 탄생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은 애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방송이다. 종편 탄생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미디어 융합을 통한 국제 경쟁력 확보, 여론의 다양성, 고용 증진은 출범 2년도 되지 않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총선·대선 과정에서 여실하게 보여준 편파·선정 보도, 값싼 제작비로 생산하는 저질 프로그램 남발, 종이 매체 기자들의 땜질 출연으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게 지금 종편의 실상이다. 여기에 광고주를 압박해 억지로 광고를 뜯어내는 무리한 광고영업까지 보태면, 종편은 이미 정상적인 미디어라고 부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계열 종편 <채널에이>와 <티브이조선>의 ‘5·18 북한군 침투설’ 보도 파문은 선정성과 편파성을 무기로 시청률 올리기 전략을 펴온 종편의 필연적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이런 조짐은 지난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전문성과 품격보다는 편파성과 거친 입담을 구사하는 비(B)급 정치평론가를 내세워 여론몰이를 할 때부터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5·18 파문은 선정성과 편파성을 넘어 사실을 공공연히 날조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나치 독일이 1933년 총선을 앞두고 일어난 국회의사당 방화 사건의 배후에 공산당이 있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날조·선전한 행위를 연상시킨다. 종편이 여론을 왜곡하고 미디어 환경을 교란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흉기가 된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야 할 미디어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도구로 이용된다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종편 폐지론이 지나친 것이 전혀 아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쪽이 뒤늦게 허위 보도에 대해 사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이에 대한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이들의 사과가 빗발치는 비난여론을 일시 모면하려는 겉치레 행동이라는 의심도 나온다. 외국 같으면 방송사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대형 사고를 쳐놓고, 얼렁뚱땅 형식적으로 사과하고 끝날 일이 아니다. 적어도 방송사 사장이 나와 직접 사과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정도의 반성은 해야 한다.
정부도 이참에 유료방송 사업자의 종편 의무전송, 지상파 근접 채널 배정, 직접 광고영업 같은 특혜를 거둬들여야 한다. 이를 그대로 둔다면 정부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종편을 지원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앞으로 종편의 프로그램을 면밀하게 관찰해, 내년 초 재심사 때 저질·반민주 종편은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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