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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24 08:11 수정 : 2013.05.24 08:11

<한겨레>가 창간 25돌을 맞아 지난 20일부터 독자들과 함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은 재산을 찾아내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협업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독자들의 제보와 격려가 잇따르는 가운데 21일엔 채동욱 검찰총장이 간부회의에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라도 전직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을 철저히 징수할 수 있도록 특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면 일찍이 했어야 할 일들이다.

민중항쟁을 유혈진압하고 권력을 탈취해 천문학적 규모의 부정축재를 해놓고도 “전재산은 29만원”이라고 발뺌하는 전씨가 여전히 전직 대통령 행세를 하며 골프장을 유유히 드나들고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우롱이 아닐 수 없다. 재산을 가족 이름으로 빼돌려 놓았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제대로 환수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니, 급기야 광주항쟁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식의 황당한 역사왜곡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전씨에 대한 응징은 법과 역사를 바로잡는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전씨 모교 인터넷 누리집에서 “(전씨가) 정치민주화의 초석을 놓았다”고 미화하고, 총동문회 행사에서 동문들이 전씨 부부에게 큰절을 하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도 우리 스스로 과거사를 말끔히 정리하지 못한 탓이 크다. 뼈저린 참회가 전제되지 않은 채 정치 협상을 통해 형식적인 사과만으로 섣불리 그를 용서해준 게 불씨가 된 측면도 있다.

내란·뇌물죄 등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전씨는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1672억2651만여원을 여전히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04년 재판을 통해 차남 전재용씨 소유 채권 73억원 가운데 대부분이 아버지 전씨의 비자금으로 드러났듯이 수도권 일대 부동산 등 직계가족 명의 재산의 상당부분이 전씨 부부의 차명재산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 재산 환수를 위해서는 검찰의 분발도 필요하다. 2004년 전재용씨 소유 채권이 전씨의 비자금으로 드러난 뒤 검찰이 사해행위 취소소송 등을 거쳐 추징 절차를 밟아야 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의 법집행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전재용씨 조세포탈 사건에 대한 2004년 검찰 수사기록에는 전씨 비자금의 비밀이 담겨 있다. 검찰은 추징시효를 연장하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기록과 정보를 총동원해 전씨가 감춰둔 재산을 모두 찾아낼 책임이 있다.

학살 주역이 부정축재한 돈으로 자손들에게 부귀영화를 물려주는 건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역사를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는 일에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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