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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24 18:57 수정 : 2013.05.24 22:14

검찰이 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이며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경위와 출처를 쫓고 있다. 확인된 것만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이 회장 차명재산은 과거 경찰 수사에서도 이미 윤곽이 드러났다. 자금 조성에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자사주 매매, 역외탈세 등 온갖 수법을 다 동원한 흔적도 포착됐다. 하지만 사정당국은 비리를 파헤치는 대신 적당히 눈을 감았고 이 회장은 단죄를 피했다. 이번 검찰 수사는 달라야 한다. 과거의 과오를 거울삼아 한점 의혹 없이 철저히 파헤쳐 정의를 세워야 한다.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지난 2008년 재산관리인인 이아무개 재무팀장이 사채업자를 청부살해하려 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처음 드러났다. 당시 경찰 수사는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의 계좌 500여개로 3200억원의 비자금을 분산 관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홍콩에 3500억원의 비자금이 있다는 진술이 나올 정도로 해외 비자금 규모가 상당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비자금을 활용해 자사주를 매매하는 방법으로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두고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고가의 미술품이나 악기를 구매하는 것처럼 꾸며 거액의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조세회피처인 버진아일랜드 같은 지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례도 나왔다. 이 과정에 씨제이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동원되고 비자금 일부가 자녀들에게 편법 증여된 정황도 확인했다.

경찰은 국세청에 이런 수사 결과를 넘기면서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차명재산은 선대로부터 상속받은 돈이라는 씨제이 쪽 해명을 받아들여 상속세 1700억원을 부과하는 선에서 세무조사를 마무리했다. 이 회장의 불법적인 비자금 관리 내역이 상당부분 나왔는데도 눈을 감아 버린 것이다.

이듬해 이 회장의 탈세 의혹이 다시 불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이 회장의 부탁으로 세무조사를 무마한 혐의가 포착됐지만 검찰은 이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해 버렸다.

이제 검찰이 할 일은 분명해졌다. 이 회장의 탈세 의혹 규명과 더불어, 자금 조성 과정의 위법성과 탈세 의혹이 있었는데도 국세청이 왜 상속세 납부로 봐줬는지, 검찰은 왜 무혐의 처분으로 끝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재벌의 탈세와 그를 눈감아주는 권력의 결탁은 나라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로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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