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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자회담 등 대화 재개 동력 키워나가야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어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6자회담을 포함한 각종 형식의 대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6자회담을 적시해 대화 뜻을 분명히 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다. 관련국들은 이를 확실한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최 특사의 발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북한이 경제 발전과 민생 안정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해 평화로운 외부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경제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관련 문제들을 적절하게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대화를 우선적으로 요구해온 기존 입장보다 유연해진 태도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 특사는 이번 방중 기간 동안 비핵화에 대해서는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간접적으로나마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식으로 말해온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는 말도 의미가 이중적이다. 먼저 도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지만 제재와 압박을 그냥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고 싶지만 일방적으로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태도인 셈이다. 현실적으로 대내외적인 여건은 북한이 감당하기 어려운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방중 기간에도 중국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냉랭하게 최 특사를 대했다. 예를 들어 북한이 바라는 경협 강화 등에 대해 중국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비핵화는 최 특사가 언급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핵화의 가능성이 없다면 진지한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최 특사는 ‘고위급 교류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이것이 북-중 정상회담을 뜻하는 것이라면 비핵화 문제를 피해가려 해서는 안 된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이번에 한반도 비핵화를 거듭 강조한 것은 적절했다.
관련국들은 지금 북한의 태도에 불만이 있더라도 서둘러 새로운 대화 틀을 짜나가야 한다. 새달 초순의 미-중 정상회담은 좋은 기회다. 특히 우리 정부는 각종 대화가 질서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외교력을 강화하기 바란다. 남북관계 개선도 시급하다.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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