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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산물 유통 개선, 산지 조직화가 바탕 돼야 |
정부가 어제 농산물 유통 경로를 단순화하고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직거래를 늘리고 생산자단체의 유통계열화 비중을 높여 도매시장과의 경쟁을 통해 효율화를 도모하겠다고 한다. 생산자는 제값을 못 받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먹는 이유로 농산물의 복잡한 유통 단계가 지목된다. 농민은 물론 소비자를 위해서도 중간마진을 줄이고 가격의 등락을 안정시켜야 한다.
정부가 밝힌 대로 우리의 농산물 유통 구조는 높은 유통비용과 과도한 가격변동성, 산지 가격과 소비지 가격의 차이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농축산물의 최종 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45%에 이른다고 한다. 유통 과정에서 상하기 쉬운 무·배추 등 채소류는 그 비율이 70%를 넘어선다. 이 때문에 시장 가격은 높은데 정작 농민들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안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실패로 끝났듯 유통 단계 축소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이번에도 산지유통인을 제도권 안으로 아우를 수 있는 방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는 기존 농산물 유통 경로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 통로로 직거래와 생산자단체를 통한 유통계열화를 꼽고 있다. 현재 도매시장과 대형유통업체가 85% 수준을 점유하고 있는 유통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생산자단체 중심의 도매물류센터를 만들고 농협 주도의 새로운 농산물 유통 경로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농협에 대한 중복투자라는 지적을 받지 않도록 농협 중심이 아니라 농민들의 자발적인 산지 조직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 품목별 농민들의 협동조합을 지원하고 사업을 잘하는 조합이나 영농법인을 중심사업체로 키워나가는 농민 중심의 지속가능한 유통구조가 돼야 한다.
지나친 농산물 가격 변동폭을 줄여보자는 고민에서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농산물에 일정한 가격을 붙여 정찰제로 판매하거나 흥정을 통해 경매방식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가격 변동률이 높은 배추와 양파에 대해 가격 안정대를 시범 운영하겠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장배추의 경우 통상적인 가격인 포기당 900~1600원을 안정대로 설정한 뒤, 값이 올라 주의 단계가 되면 산지 동향을 점검하고, 경계 단계가 되면 비축 물량을 공급하다, 값이 너무 올라 심각 단계가 되면 관세인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처럼 수입 위주의 물가관리를 지양하고 비축 물량을 늘려 가격 변동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서민생활품목의 가격 변동률을 전월 대비 10% 안팎으로 줄이겠다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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