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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성공단 정상화 협의’ 거부는 잘못이다 |
북한이 그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 협의 뜻을 밝혔으나 우리 정부는 바로 거부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태도를 바꿔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정부는 북쪽이 당국간 실무회담은 회피한 채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과 관리위원회 관계자를 대화 상대로 하고 있는 점을 거부 이유로 들었다. 이와 관련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어제 북쪽에 국제적 규범 준수를 촉구하며 “정부로서는 입주업체의 어려움만을 고려하며 움직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계속해서 공단 운영 정상화를 북쪽에 요구해온 정부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 14일 제안한 실무회담의 의제는 북쪽에 남겨놓은 원·부자재와 완제품의 반출 문제로 한정돼 있다. 북쪽 주장대로 이 문제는 공단 운영이 정상화되면 논의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정상화 협의를 막고 원·부자재와 완제품의 반출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은 공단 정상화 의지마저 의심하게 한다.
물론 북쪽 행태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북쪽은 군사·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공단 운영을 중단시킨 뒤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요구하는 재발방지책과 관련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북쪽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공단 운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공단을 정상화한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 이번 제의는 북쪽도 공단 정상화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북쪽이 최근 나타내는 여러 대화 신호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의 지적처럼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이전 상태로) 돌아가려는 것’은 아니다.
류 장관은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한 북쪽 태도와 관련해 “우리(정부)를 핫바지로 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렇게 자존심 대결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지난 몇 달을 되돌아보면, 북쪽이 먼저 비합리적으로 행동했지만 우리 정부 역시 남북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전 정부 때처럼 ‘북쪽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식이 아니라 전향적으로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나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성공단 문제만 해도 실무회담 개최를 두고 줄다리기를 할 게 아니라 장관급 등 고위당국자 회담을 열어 안정적인 발전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이 함께 만든 최초의 산업공단이자, 상생과 공영을 이끌어가는 남북 경제협력의 성공적 모델”(관리위 누리집)이다. 공단 정상화는 정부의 자존심 등 전술적 고려보다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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