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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올여름 전력난, 과소비 줄이는 계기로 삼자 |
불량 부품을 사용한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올여름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 수요는 냉방기를 많이 쓰는 7~8월에 최고조에 이르는데 올해는 이미 전력 예비율이 사흘에 한번꼴로 1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 6월 이후 평년 기온보다 높은 고온현상이 가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하니 보통일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공급 능력을 확충할 방안이 없다면 치밀한 수요관리로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당국은 원전 위주의 공급 정책이 과연 지속가능한지 돌아보고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당국은 전력 수요 피크 시기인 8월 둘째 주 최대 전력 수요를 7900만㎾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원전의 가동 중지로 최대 공급 능력이 애초 예상했던 8000만㎾에서 7700만㎾ 수준으로 떨어져, 현재로선 200만㎾의 전력 부족 사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당장 원전의 추가 가동도 어렵고 공급을 늘릴 수도 없다니 수요관리밖에 방법이 없다. 여름철 냉방 수요가 전체 전력 수요의 20%를 차지하므로 실내온도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 또 조명과 간판을 발광 다이오드로 교체하는 등 전기 사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가정에서 절전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력 수요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에 대한 수요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 전기 사용을 줄이면 보조금을 주는 방안뿐만 아니라 피크 시간대에 쓰는 전기요금을 비싸게 받는 등 규제와 인센티브를 다양하게 조합해 효율적인 관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중이던 원전 54기를 모두 중단하고도 위기를 잘 넘긴 일본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일본은 발전설비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을 중단하고도 우리나라보다 전력 예비율이 더 높았다. 절전이 몸에 익어 올해는 아예 예비율 목표를 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수요관리에 더해 근본적으로 공급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발전설비는 생태·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주민 반대 등으로 현실적으로 늘리기도 쉽지 않다. 전기요금이 석유·가스 등 1차 에너지보다 싸다 보니 전력 소비가 자연스레 증가했고, 에너지 소비 구조 자체를 왜곡했다. 이번 기회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갑작스런 가동 중단으로 전력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수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됨으로써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은 바닥을 드러냈다. 원전은 출력 조절이 불가능하고 가동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수시로 변하는 전력 수급을 맞추기 어렵다. 원전 비중은 일본처럼 30% 정도 되는데, 한여름이나 한겨울의 전력 피크 때는 문제가 되지만 평상시에도 계속 가동하게 되면 사실 전기가 남아도는 형태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기를 많이 쓰는 시기에는 그때만 가동하는 발전소 등으로 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여름 전력난을 잘 넘기면 원전 의존도를 낮추고 탈원전으로 가는 기회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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