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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취임 100일 맞는 박 대통령, 국민과 더 소통하길 |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이 모두 다사다난했지만 박 대통령 역시 험난한 100일을 보냈다. 정부조직 개편 논란으로 정부 출범 자체가 지연된데다 이른바 ‘수첩인사’ 논란이 계속되면서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취임 이후 최대 외교 일정이었던 미국 방문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한마디로 논란과 혼돈의 100일이었던 셈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어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소회를 밝힌 게 전부다. 보여주기 식 이벤트를 싫어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반영됐다고 한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100일을 맞아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성과와 한계를 국민 앞에 설명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다짐을 밝힌 것과 비교하면 다소 무성의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취임 100일을 맞은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설명할 건 설명하고 질문받을 건 받아 답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태껏 제대로 된 기자회견을 한 적이 없다. 취임 직후인 3월 초 정부조직법 논란이 한창일 때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게 전부다. 윤창중 사건에 대해서도 대국민 사과 대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간접적으로 사과했을 뿐이다. 소통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때론 형식이 그 성패를 좌우한다. 대통령이 적절한 때에 효과적인 방식으로 국민 앞에 서서 현안을 솔직담백하게 밝히고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답하는 것 이상의 바람직한 소통 형식은 없다.
대통령이 국민이나 정치권과 소통하는 것을 무슨 숙제 하듯 부담스러워해선 곤란하다. 꾸준히 소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청와대에서 혼자 저녁을 들곤 한다는 이야기가 한때 퍼지면서 소통하지 않는 대통령이란 우려가 제기된 적이 있다. 그러자 점심, 저녁으로 정치인들을 잇달아 불러모아 보란 듯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소통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대통령의 일상이 되어야지 무슨 과제 수행하듯 해선 안 된다.
국민 중에는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람들과 둘러앉아 막걸리 사발을 들이켜는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박 대통령도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에 나서길 바란다. 대국민 기자회견이든 삶의 현장을 찾든 대국민 토크쇼를 하든 국민과 수시로 만나 대화하는 게 좋다. 박 대통령에게 소통의 일상화를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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