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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송공정성특위, 언제까지 공전시킬 텐가 |
지난 4월 여야 합의로 구성된 국회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가 두 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다. 방송 공정성 회복 방안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고사하고 아직 소위원회 구성도 제대로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특위 위원장이던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위원장 자리는 보름이 넘도록 공석 상태다. 공정특위가 아니라 ‘공전특위’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방송공정성 특위 구성은 정부조직법 협상 과정에서 나온 대국민 약속이었다. 예정대로라면 특위는 그동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방송의 보도·제작·편성 자율성 보장 방안 등을 놓고 공청회도 개최하고 여야 간에 치열하게 논쟁도 벌였어야 옳다. 하지만 어느 틈에 국민과의 약속은 휴짓조각이 돼버리고 특위는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정치적 약속을 깨뜨린 것이 한두번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더욱 지능적으로 특위 무력화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처음 소집된 전체회의부터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했다”며 보이콧을 하더니 그 뒤에도 “위원들의 지역구 일정이 바쁘다” “위원들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따위로 사사건건 발뺌과 트집 잡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합의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특위를 무력화시켜 방송공정성 문제를 유야무야시키는 일만 남았다고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의 이런 전략은 이미 예상됐던 바이고 문제는 오히려 민주당이다. 특위를 제대로 가동시킬 전략도, 여당을 논의의 테이블로 끌어올 방책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닐 뿐이다. 아니, 민주당이 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특위를 정상화시키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특위 구성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양보에 따른 비판 무마용 알리바이에 불과했을 뿐 방송공정성에 대한 무관심은 새누리당과 오십보백보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다면 야당 몫으로 돼 있는 특위 위원장 후임자 하나 제대로 못 정하고 차일피일 허송세월할 까닭이 없다.
특위의 활동 시한은 9월 말까지다. 7~8월 휴가철과 9월 국회 국정감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6월 한 달뿐이다. 특위가 이대로 가다가 흐지부지 끝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특위 활동을 정상화하는 것이 정치권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국민과 한 약속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새 정치니 달라진 19대 국회의 모습이니 하는 따위를 운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민주당의 책임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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