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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쌍용차 고의부도? 국정조사로 규명하라 |
쌍용차가 파산할 때 7528억원 상당의 회계 조작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8년 쌍용차 감사보고서의 근거가 되는 감사조서를 노조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이게 사실이라면, 법원에서 파산절차의 근거로 삼았던 2008년 당기순손실 7096억원은 당기순이익 432억원으로 바뀐다. 흑자 기업을 고의로 파산시켰다는 얘기다. 노동자 2646명이 일터에서 쫓겨난 것과, 그 노동자와 가족들의 끊이지 않는 죽음의 행렬은 무엇이었던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쌍용차의 회계 조작과 기획 부도 의혹은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지난해 9월20일 국회 ‘쌍용차 청문회’에서 대접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쌍용차가 직접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1조3000억원의 자산가치를 평가받았으면서도 정작 법원에는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8600억원짜리 서류를 제출해, 쌍용차의 부채비율을 168%에서 561%로 끌어올렸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해 회사를 부실덩어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하이차가 손을 털고 나오면서 자신의 손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사전 작업은 했을 것이라는 게 자동차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물론 이에 대해 반론도 만만찮다. 중국 상하이차는 5900억원을 들여 쌍용차를 인수했으나 감자로 지분이 11%까지 하락했고 그 결과 겨우 544억원만 건졌을 뿐이라는 거다. 한국에선 상하이차를 기술 빼돌리기와 ‘먹튀’로 손가락질하지만, 중국 쪽은 거꾸로 쌍용차를 대표적인 해외 투자 실패로 지목하고 있다고도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지러운 공방만 오갈 뿐이다. 청문회도 하루로 끝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쌍용차 국정조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이 한 약속이었다. 당시 황우여 대표와 김무성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이 결정한 사항이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나 몰라라’ 하고 손을 놓아버렸다. 궁여지책으로 여야 6인협의체를 구성해 논의에 들어갔으나, 어떤 대책이나 결론도 도출하지 못한 채 4차례 회의만 하다 끝나고 말았다. 시간만 끈 셈이다.
지난 31일 여야 원내대표는 쌍용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환경노동위에서 소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또한 면피용 성격이 짙어 보인다. 새누리당이 극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6인협의체처럼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도 새누리당한테만 책임을 떠넘길 일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와 여권의 약속을 재확인하면서 원점에서 다시 국정조사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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