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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04 19:45 수정 : 2013.06.05 20:01

원자력발전소의 불량 부품을 합격으로 위조한 시험기관이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기술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자회사로, 원전의 발주뿐만 아니라 부품 승인 권한까지 갖고 있다. 이번에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로 문제를 일으킨 시험기관의 대주주가 바로 한전기술 퇴직자들이라고 한다. 부품 검증과 납품 과정이 이들의 이권 챙기기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다.

고리원전 등에 제어케이블을 납품한 제이에스전선은 해외 입찰에 참여했다가 기술력 부족으로 탈락한 바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내 원전에 몇년째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은 시험기관인 새한티이피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이에스전선이 부품 검증을 새한티이피에 맡긴 것은 한전기술 쪽에서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전기술과 한통속이 된 시험기관에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각자 자신들의 배를 불린 것이다. 새한티이피를 통하면 한전기술에서 승인받기 쉽다는 얘기까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선수도 되고 심판도 되는 그들만의 리그가 원전 3기의 가동을 멈추게 한 비리 커넥션의 실체인 것이다. 이러한 유착 구조에서는 검증과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원전 납품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재발을 막겠다는 다짐을 했음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폐쇄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전 비리가 쏟아져 나왔을 당시 국가권익위원회는 과도한 수의계약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형식적 납품검사나 계약업체가 제출한 시험성적서에 의존하는 성능검사는 신뢰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또 보안을 이유로 납품 과정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원전업계는 이런 지적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할 때 안전장치들이 작동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제어케이블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처럼 노심이 녹아내릴 수도 있다. 단순한 듯 보이는 문제도 원전에서는 엄청난 재앙을 부르는 씨앗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말대로 원전 비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개인의 사욕과 바꾼 용서받지 못할 일로, 비리 사슬 구조를 원천적으로 끊어버릴 수 있도록 제도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전 마피아의 결탁을 막고 감시와 견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고 신고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도 있다. 지난해 한빛 원전의 위조 부품 적발이나 이번에 제어케이블 위조를 적발할 수 있었던 것도 제보 덕분이었다.

[관련영상]'그들만의 리그'가 낳은 원전 비리 (한겨레캐스트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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