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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중 군사협력,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
정승조 합참의장이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팡펑후이 인민해방군 총참모장과 군사회담을 하고 어제 귀국했다. 우리나라 군령권 행사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합참의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07년 이후 6년 만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가 ‘전면적 협력 동반자’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다. 거꾸로 말하면, 이명박 정권 때 한-중 사이의 군사·안보협력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 의장은 그제 팡 총참모장과 회담을 하고, 군사 분야 협력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맞게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군 수뇌부끼리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체계를 신설하고, 2001년 이후 중단된 합참과 총참모부의 소장급 전략협의체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또 차기 군사회담을 내년 서울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정치·경제·사회·문화뿐 아니라 군사·안보 분야에서도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는 나라라는 점에서 두 나라가 군사·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신뢰를 증진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한-미 동맹과 북-중 동맹으로 나뉘어 대립·긴장하고 있는 한반도 냉전 구도를 화해·협력 구도로 바꿔 나가는 데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정 의장의 방중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주목할 만하다. 먼저, 이달 말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양국 군사협력의 폭과 깊이가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이후 틀어진 북-중 관계 복원을 위해 최룡해 인민군 총참모장을 특사로 파견한 직후에 회담이 열린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견제하겠다는 중국의 강한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역사 문제로 한-일 안보협력에 제동이 걸려 있는 일본으로서는 초조함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협력의 수준에 따라서는 한-미 군사동맹에도 미묘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한-중 군사협력은 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 친화하는 ‘연미화중’을 기본적인 생존·번영 전략으로 삼아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북한을 견제하고 압박한다는 단기 효과만 노리고 마구 속도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남북 및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주변국 간의 군사적 신뢰 구축이 불가결하다는 인식 아래 중국과도 차근차근 군사적 신뢰를 쌓아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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