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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06 19:00 수정 : 2013.06.06 19:00

5·18 광주항쟁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내용을 방송해 물의를 빚은 종합편성채널 프로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소위원회가 엊그제 열렸다. 티브이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채널에이 <김광현의 탕탕평평> 쪽 책임자가 나와 의견진술을 했고, 13일 전체회의에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을 대하는 일부 종편과 심의위원들의 태도는 여론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채널에이 권순활 보도부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의 본질이나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발뺌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특히 “이분(방송 출연자)이 광주에 왔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심의위원들의 질문에 “이분이 광주에 오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되묻는 등 사과방송을 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뻣뻣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일부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의 태도도 어처구니가 없다. 권혁부 소위원장은 “우리는 북한군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고 그 믿음에 의존하고 있지만, (채널에이 보도는) 저널리즘이 작동해 5·18과 관련한 매우 중요한 단서가 나온 것”이라고 두둔하며 법정 제재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주의’ 의견을 내놨다. 엄광석 위원도 ‘주의’ 의견, 박성희 위원은 한 단계 높은 ‘경고’ 의견을 내놨다. 김택곤·장낙인 등 야당 추천 위원들이 가장 높은 단계인 ‘과징금 부과’ 의견을 내놓은 것과 대비되는 솜방망이 징계가 아닐 수 없다.

티브이조선 역시 이날 심의에선 “출연자에 대한 사전검증과 내용의 균형성을 못 챙긴 것을 인정한다”고 했으나 정작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선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티브이조선 등이 광주사태에 대한 보도를 가장 정확하게 했다”는 조갑제씨의 억지 주장을 그대로 방영해 5·18 관련 단체와 민주당은 사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종편은 방송의 국제경쟁력과 여론 다양성 확보, 일자리 창출 등을 명분으로 출범했으나, 값싼 제작비로 저질 프로그램을 남발하면서 극단적인 편파성과 정파성으로 사회를 양극단으로 몰아가는 흉기가 돼버렸다. 각종 특혜에도 시청률이 오르지 않자 최근에는 광고주들을 모아놓고 협박에 가까운 설명회를 연 종편사까지 있었다고 한다.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의 역사에 오물을 뿌려놓고 형식적인 몇 마디 사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종편들의 행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이런 프로에 주의, 경고 운운하는 것 자체가 민주영령들을 모독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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