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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07 19:12 수정 : 2013.06.07 23:49

정부가 어제 원전 비리 재발을 막겠다며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시험성적서 전수조사를 벌이고, 원자력 업계에 만연한 유착관계를 근절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잇단 비리 파문으로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정부가 무관용 원칙까지 내세우며 고강도 대책을 마련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견제와 신뢰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도록 이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기 바란다.

이번에 원전 3기의 가동이 중단된 것은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됐기 때문이다. 성능이 기준에 미달한 제어케이블을 합격품으로 위조해 납품한 탓이다. 원전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험성적서 위조는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가 전체 원전을 대상으로 12만5000건의 시험성적서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2~3개월 안에 하겠다는데, 시급히 해야 할 일이지만 서둘러 끝낼 일은 아니다. 시험성적서뿐만 아니라 위조나 불량 우려가 있는 부품에 대해서도 정밀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유착구조의 고리를 끊기 위해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관련 공기업 출신 퇴직자가 유관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퇴직자를 활용한 입찰 참여에도 제약을 두겠다고 한다. 퇴직 뒤 3년간 협력업체 재취업 금지 규정 대상을 처장급에서 부장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한수원 퇴직자 가운데 30%가 원전 관련 업체에 재취업했다니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끼리끼리 해먹는 폐쇄적 구조에서 원전 비리가 싹튼 만큼 인적 유착 구조를 과감히 수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우회적인 회피수단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빈틈없는 후속조처를 해야 한다.

원전 부품의 수의계약을 최소화하고 입찰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책 시험기관이 민간 시험기관의 결과를 재검증하도록 이중점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데, 예산 문제 등으로 빈말에 그치는 일이 없도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수원 개혁을 주도하다가 이번 사태로 물러난 한수원 사장이 소명의식을 잃고 금전적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원전족을 질타할 정도로 비리의 뿌리는 깊다. 대책이 엄포에 그쳐서는 안 되며 철저히 이행돼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규제 기능을 강화하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규제 대상인 한수원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구조 또한 고쳐야 한다. 한수원이 원전 가동률을 핵심 성과지표로 삼는 이상 품질과 안전보다는 속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원전에 기댄 전력수급 계획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관련영상]'그들만의 리그'가 낳은 원전 비리 (한겨레캐스트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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