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지구촌 전체가 감시당하고 있다” |
미국이 사실상 지구촌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개인 생활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빅브러더’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국가권력의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며칠 전 시작된 첫 보도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주요 미국 통신회사의 서버에 접속해 고객의 수신·발신 번호와 통화 시점·시간 등의 정보를 수집해왔다는 내용이었다. 곧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야후 등 글로벌 인터넷회사들도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자우편, 채팅, 동영상, 사진, 저장된 데이터 등의 정보를 제공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세계 인터넷업체 가운데 미국 회사의 비중이 큰 점을 생각하면 지구촌 전체에 대한 감시가 이뤄져온 셈이다. 실제로 영국 <가디언>의 엊그제 보도를 보면, 국가안보국이 지난 3월 수집한 970억건의 정보 가운데 이란·파키스탄·요르단에서 나온 내용이 각각 140억~127억건을 차지했다.
미국 정부는 이런 활동이 테러범 색출 등 국가안보를 위한 것으로, 외국정보감시법에 따라 관련 법원 등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외국정보감시법원이 감청 승인을 거부한 것은 지난해 1789건 가운데 한 차례밖에 없었으며, 정부 활동을 감시해야 할 의회가 개입한 흔적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정보 수집 금지 조항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모은 외국 정보가 다른 나라에 제공됐을 가능성이다. 자국민에 대한 사찰을 법으로 막고 있는 나라들과 미국 정보기관이 법망을 피해 공조를 하는 행태다. 이런 우려가 이미 영국·오스트레일리아·독일 등에서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거대한 기관이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미국 정부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그릇된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법이 미비하면 보완하고 의회 등의 감시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움직임은 지구촌 여론과 동떨어져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사안을 폭로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처벌을 강조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 방지를 위한 약간의 사생활 침해”라고 했다. 의원들도 테러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쪽과 외국정보감시법의 뿌리가 되는 애국자법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라져 있다.
스노든은 “그들(정보기관)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화, 모든 행동을 알고자 한다”며 “그들이 하는 일은 민주주의에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