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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정수석 ‘외압설’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사중인 검사들에게 전화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5월 하순 어느 날 검사들이 저녁 회식을 하는 자리에 곽 수석이 전화를 했다”며 “핸드폰 소리가 커서 모든 참석자들이 다 들었다. ‘니들 뭐 하는 사람들이냐’ ‘뭐 하자는 거냐’며 힐난하고 빈정거렸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검찰은 부인하고 있으나 신 의원은 “팩트는 다 맞다”며 사실임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으나 황교안 법무장관이나 청와대가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해 취해온 태도를 보면 신 의원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해온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경찰에 이어 검찰이 수사를 벌여 진실이 거의 드러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를 방해하고 나섰다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 내내 ‘정치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정권과 검찰의 신뢰가 함께 바닥으로 추락하는 경험을 했음에도 박근혜 정권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난 대선 때 박 후보 쪽이 펴낸 정책공약집 373쪽에는 ‘권력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치권력 경제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검찰을 만들겠습니다’라며 검찰개혁 공약들을 제시했다. 그래 놓고 검찰개혁 방안이 나오기도 전에 정권 스스로 검찰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니 말문이 막힌다. 박 대통령이 여러차례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열면서도 유독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침묵을 지키는 것 역시 국민들의 의구심을 키우는 일이다.
지난해 대선 직전 경찰의 이 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 과정에 국정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신 의원의 주장도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대선 사흘 전 대통령 후보 티브이 토론 직후 국정원 2차장이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해 ‘박 후보가 잘 못해서 토론이 엉망진창이 됐다. 조간(신문을) 판갈이해야 한다’며 심야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국정원과 경찰의 명백한 대선 개입 행위일 뿐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인 음모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 대목 역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법무부의 섣부른 수사방해는 국기문란 범죄에 동조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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