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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불신,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
검찰이 1997년 세풍사건 등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자료를 검토하는 등 일부 ‘엑스파일’의 내용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늦긴 하지만 반갑다. 다만 이런 검찰의 변화가 자발적 의지보다는 안팎의 눈총과 반발에 떠밀린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동안 세간의 관심은 삼성의 전방위 불법로비 의혹이었다. 반면 검찰 수뇌부에겐 97년 당시 검찰 고위직 상당수가 삼성의 ‘관리’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그런 관행이 계속되고 있으리라는 의혹이 더 큰 고민거리였던 것 같다. 이 의혹을 비켜가면 어떤 수사결과도 신뢰받을 수 없고, 그렇다고 진상을 파헤치다 보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 검찰로서는 피하고 싶었을 게다.
상황은 노회찬 의원의 명단 공개로 바뀌었다. 엑스파일 사건의 초점이 삼성에서 검찰 간부 비위 의혹으로 옮겨졌다. 검찰의 신뢰는 급전직하했다. 게다가 밖으로는 법무부 장관의 성화도 있고, 젊은 검사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검찰 수뇌부로서는 국면 전환이 절실했을 터이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가 알아야 할 게 있다. 떡값 의혹을 뭉개고서는 신뢰 위기가 극복될 수 없다. 애초 국가 최고의 법 집행기구로서 검찰의 명예, 법적 기구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제척사유가 있어도 진상규명은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현실론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 현실론은 발 붙일 곳을 잃어가고 있다.
‘떡값 검사’의 진상 규명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자정의 바탕에서 삼성의 전방위 불법로비를 파헤치는 게 순서다. 삼성 수사가 조직 보호용으로 이용된다는 의혹을 사면, 국정원이 검찰에 수색당했듯이, 검찰도 특검한테 수색당하는 상황을 부를 수도 있다. 검찰 수뇌부의 현명한 결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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