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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3 18:54 수정 : 2013.06.13 18:54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뒤 양쪽이 서로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남북 회담 관련 논의가 시작되기 이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진 듯하다. 이래서는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한 여러 현안도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양쪽은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회담 무산 이후 강경 발언을 계속해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관련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남북에 함께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대화 상대인 북쪽을 ‘죄인’으로 규정하는 냉전시대의 발상이다. 회담 무산과 관련해 남쪽 책임이 훨씬 큰데도 반성하는 낌새는 전혀 없다. 나아가 보도 내용에까지 개입하려는 것은 여론을 친정부·반북 일색으로 몰아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군사정권들이나 시도하던 행태다. 그러잖아도 이번에 청와대는 실무회담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일일이 개입해 회담 무산에 일조했다. 정치적 판단이 앞서는 청와대가 이렇게 나서니, 정부·여당 관계자들도 강경 발언을 되풀이한다. 강경 여론을 유도해 그 속에 안주하려 한다면 남북 관계를 풀어가기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쪽 태도도 문제가 많다. 어제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통일부를 ‘괴뢰행정부처’ ‘핫바지’로 표현하며 남쪽이 실무회담 때 “악랄한 방해책동과 고의적인 파탄책동”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북쪽 특유의 거친 수사법을 고려하더라도 섣부르고 지나치다. 또 “당국회담에 털끝만한 미련도 가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앞서 당국회담 제안 때의 논리와 어긋난다. 북쪽이 실무회담의 세부내용을 공개한 것 역시 신뢰를 해치는 행동이다. 이렇게 상대의 모든 언행을 공격 소재로 삼으려 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남북 모두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정부 관계자들은 공공연하게 ‘대북 관계는 급할 게 없다’고 말한다. 그 배경에는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나 해묵은 북한붕괴론이 있다. 이는 큰 착각이다. 남북 관계를 풀지 못하면 당장 개성공단은 영구 폐쇄로 가기 쉽고, 한반도 관련 현안 논의를 주도할 수도 없다. 북한도 중국과의 관계만 무난하면 남북 관계는 나빠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각국이 남북 관계를 대북 관계 개선의 시금석으로 삼는 경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중국도 조금씩 그런 쪽으로 가고 있다.

남북은 우선 서로를 비난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그리고 냉철한 판단 아래 새로운 대화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신뢰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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