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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6 19:16 수정 : 2013.06.16 19:16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그제 밤 기자들을 쫓아내고 편집국을 봉쇄했다. 사쪽은 제59주년 창간일인 지난 9일치 지면에 대해 “매년 해오던 창간 별지는 제작도 못하고, 눈에 띄는 창간기획도 하지 못”했다며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창간지면”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편집국 폐쇄다.

그동안 한국일보 기자들은 신문사 경영 문제에서 촉발된 편집국장 해임 사태 속에서도 한달여간 정상적으로 신문을 제작해왔다. 장 회장에게 동조하는 4~5명의 간부를 빼고는 편집국 기자 190여명 대부분이 흔들리지 않고 취재와 편집에 땀을 쏟았다. ‘비판적 중도지’로서의 전통이 끊기는 것만은 피하자는 충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 회장은 기자 190여명을 한순간에 모두 ‘퇴사자’로 만들어버렸다.

회사는 기자들에게 근로확약서 서명을 요구했다. 회사가 임명한 편집국장과 부장단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약속하라는 거다. 기자들은 이를 ‘노예계약서’나 ‘충성서약서’라며 거부했다. 자유로운 사고와 비판 정신이 생명인 기자들에게 굴종을 강요했다는 것만으로도 장 회장은 언론사 사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한국일보 사태의 뿌리는 깊다. 장강재 전 회장이 사망한 1993년 이후 형제들이 번갈아 가며 경영권 다툼을 벌였고, 사주 일가의 방만한 경영과 전횡이 이어졌다. 특히 2002년부터 경영을 책임진 장 회장은 외부에서 자금을 들여오는 대신 한국일보사의 자산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지분을 취득하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다는 게 기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현재 검찰이 수사중이다. 5월8일 고발인 출석 조사 이후 회사 안팎의 관계자들이 잇따라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 만큼 회사 쪽은 우선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정도다. 박진열 사장도 지난 5일 “이 사안은 이제 우리의 손을 떠나 법의 심판에 맡겨지게 됐다”며 “처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분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장 회장이 편집국 폐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수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것에 대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장 회장에게 59년 전통의 한국일보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즉각 편집국 봉쇄를 풀고 신문이 정상 발행되도록 해야 한다. 검찰도 신속하고 철저하게 의혹을 규명하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 언론사 사주와 관련한 사안이라고 눈치를 보거나 미적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장 회장은 신문이 사주의 독점물이 아님을 명심하고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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