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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치 인사’가 ‘청와대 인사’ 돼선 안 된다 |
청와대가 지난주 각 정부 부처에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을 잠정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최근 공공기관장에 관료 출신들이 대거 선임된 데 따른 관치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지시가 잘못된 관치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청와대가 직접 인사에 개입해 친정부 인사를 기관장에 임명하는 ‘청와대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치 인사 논란은 정권 초마다 제기됐지만 뾰족한 해결책 없이 반복돼 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확정된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 농협금융지주 회장, 국제금융센터장,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등에 관료 출신이 선임됐다. 특히 공모중인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특정인 내정설이 나돌고,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인 비에스(BS)금융지주 회장 인사에까지 개입함으로써 관치 인사 논란이 증폭됐다.
이런 관치 인사는 능력에 관계없이 특정 부처 출신 관료를 산하기관장에 임명함으로써 해당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마땅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장악한 공공기관의 경영이 얼마나 엉망이 됐는지 똑똑히 보았다. 이제 이런 식의 관치 인사는 있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공공기관장 추천위원회가 실질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인사추천위는 청와대나 해당 부처 등에서 사실상 내정한 인사를 기관장으로 추천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겉으로는 공모 형식을 취하지만 사실상 정부가 임명하는 셈이다. 이런 식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추천위는 없느니만 못하다. 자질과 능력 있는 기관장을 선임하려면 잘못된 추천위 운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관장 자격 기준과 선임 절차를 엄격히 규정해 추천위가 이를 반드시 지키도록 관리감독하는 데 그치는 게 바람직하다.
청와대가 최근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을 잠정 중단시킨 것은 이런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청와대가 기존의 인사추천위 운영 방식을 개선해 추천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 준다면 관치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정부 부처 대신 직접 인사에 개입해 능력도 없는 친정부 인사를 기관장에 앉히려 한다면 이는 더 문제다. 인선 작업 중단 배경으로 ‘인사 예비후보 폭을 넓히려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우려를 더욱 짙게 한다. 관치를 근절하겠다는 명분 아래 ‘청와대 인사’를 자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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