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노동부,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조사해야 |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를 불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협력업체를 위장 설립해 실제로는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고 노무관리를 해왔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졌던 이마트의 불법파견과 꼭 닮은 꼴이다. 글로벌 기업이 이런 식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면서 위장 협력업체의 사용가치가 없어지면 곧바로 폐업시키기도 했다니 개탄스럽다. 직원 관리 또한 비인간적인 구석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진상을 조사해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도급업체의 경영상 독립성은 불법파견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다. 이 사실을 폭로한 쪽에서는 협력업체가 겉보기에 독립적이지만 실제로는 삼성 임직원 출신을 바지사장으로 앉혀 노동자들을 우회 고용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삼성은 전직 임직원 출신이 대표하는 곳은 극소수이며 협력업체는 모두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삼성이 협력업체의 경영 및 인사권을 통제하며 업무지시까지 직접 내리는 사실이 폭넓게 확인됐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로 볼 근거가 적지 않은 것이다. 협력업체 직원의 실질적 사용자가 삼성이라면 이는 불법파견으로, 삼성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삼성 쪽 주장대로 문제가 없는 도급계약이라고 해도 원청이 협력업체의 계약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은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
최고의 서비스를 내세우는 삼성이 협력업체 직원들을 다루는 방식은 낯뜨거울 정도로 전근대적이다. 방문 서비스를 한 다음날 삼성이 직접 고객에게 서비스 만족도를 전화로 묻는데, 이 해피콜 결과가 10점 만점에 8점 이하면 수리 기사는 시말서를 써야 한다고 한다. 고객의 만족도를 점검하는 것은 좋지만, 수리 서비스가 좋아도 고객이 비싼 부품값에 불만이 있을 경우, 원청업체에 대한 불만까지 직원이 다 떠안아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삼성이 비밀리에 섭외한 고객이 기사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방문 수리 과정을 조목조목 평가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객서비스를 위한 해피콜이 1만여 기사들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눈물로 유지되는 실상을 안다면 고객들도 마냥 행복할 순 없다.
삼성은 국내 최고 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노동 탄압과 미행·감시 등 반노동적 행태를 일삼아왔다. 협력업체의 경영에 독립성이 있다는 안이한 주장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이번만큼은 달라져야 한다. 정부도 불법파견 사용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만연한 불법파견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