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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껍데기만 남은 ‘기초연금 20만원’ 공약 |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어제 제5차 회의를 열어 기초연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지를 놓고 논의를 벌인 결과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 방향은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20~30% 노인은 제외하고, 급여 수준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쪽이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이후, 그동안 굉장히 복잡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느니 마느니, 국민연금과 연계하느니 마느니 등이 대표적인 논쟁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돌고 돌아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9만6800원씩 주는 현재의 기초노령연금 제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모든 노인’은 사라지고 ‘20만원’도 깎이고 말았으니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기초연금을 받는 대상을 어디서 자를지는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소득인정액은 부동산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소득을 합한 총액인데, 계산 방식이 복잡해 여러 가지 후유증을 낳는다. 도시에 사느냐 농촌에 사느냐에 따라, 근로자냐 자영업자냐에 따라 차별이 발생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소득을 기준으로 자를 경우 국민연금도 소득으로 잡히는데, 그러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기초연금을 덜 받게 되는 불이익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국민행복연금위의 이런 제안은 박 대통령의 공약과 거리가 멀다. 애초 국민행복연금위는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이 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축소된 데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자 사회적 논의를 하겠다며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행복연금위의 안은 인수위의 안보다도 못하다. 인수위는 국민연금과 연계하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노인’이란 약속은 지키는 방안이었다.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은 무려 45%에 이르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 때문에 나왔다. 우리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3.5%)의 3.4배에 이른다. 노인자살률 1위에다 고령화 진입 속도도 1위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은 이런 비참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최소한의 조처다.
물론 빠듯한 재정을 고려한 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복지에 투입할 재정 규모는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이리저리 맞춰보려고 하는 한 우리의 복지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공적 지출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는 고사하고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증세를 포함한 새로운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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