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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우익단체의 황당한 정대세 공격 |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서 뛰고 있는 재일동포 출신 정대세 선수에 대해 한 단체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정 선수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북한 대표로 출전하는 등 우리에게 낯익은 스타선수이기에 돌연한 보안법 수사 소식 자체가 당혹스럽다. 검찰이 “법리 검토 등을 위한 기초조사에 착수했다”고 한 것을 보면 고발장이 들어왔으니 일단 검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라는 단체가 스스로 인터넷에 띄워놓은 고발장 요지를 보면 정 선수가 보안법을 위반했다고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보다 왜 지금 시점에 이런 고발장을 냈는지가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행적과 2008년 <한겨레> 기고 내용, 지난해 6월 <에스비에스>의 ‘힐링캠프’ 방송 내용 등 한참 지난 일들을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부터가 의문이다.
이들이 적용해달라고 요구한 국가보안법 제7조 1항 고무찬양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북한 국가를 들으며 눈물 흘리고, 힐링캠프에서 총련계 학교의 민족교육 내용을 얘기한 것을 놓고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면 정상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가 월드컵 직후 영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김정일을 존경한다”는 발언이 거슬렸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의 성장 배경을 고려한다면 과연 이를 꼬투리 잡아 보안법 운운할 일인지 의문이다. 정 선수는 한국 국적을 가진 아버지와 해방 전의 조선 국적을 유지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총련계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정 선수 가족의 갈라진 국적 자체가 민족 분단의 비극을 상징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지는 못할망정 보안법 운운하는 건 과도한 색깔공세다. 같은 민족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넘는 짓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이런 황당한 색깔공세에 끌려다니지 말고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고발사건이라면 즉각 각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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