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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부터 허용해야 |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무작정 길어지는 가운데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기업인들의 좌절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우선 기업인들의 방북부터 허용하길 바란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123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65곳이 경제협력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고 한다. 보험금을 받은 기업은 정부에 공단 자산의 소유권을 넘기도록 돼 있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 공단에 입주한 기계·전자부품 업체 46곳은 기계설비 점검을 위한 방북 승인과 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 개최를 남북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가동 중단 석달이 되는 다음달 3일까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하겠다고 한다. 중대 결단은 사업 포기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고가의 기계 장비들은 장마철 습기에 취약해 빨리 손보지 않으면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이달 중순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이후 새 회담 제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지난달 14일 북쪽에 제안한 실무회담이 여전히 유효하다고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이 회담은 남아 있는 완제품을 반출하기 위한 것으로, 북쪽이 응하더라도 공단 정상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북쪽은 설비 점검을 위한 기업인들의 방북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지만 정부는 이것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남북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뒤 북쪽의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참석을 강하게 요구해 결국 당국회담이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개성공단 운영을 조기에 정상화하는 것보다는 김양건 부장을 참석시켜 가동 중단의 책임을 묻는 데 초점을 맞추려 한 것 같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북쪽이 먼저 책임을 인정하고 굽히고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금강산 관광 사업이 장기 중단된 데서 보듯이 개성공단도 비슷한 길을 가기 쉽다.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를 풀 의지가 있다면 기업인들의 방북을 막을 이유가 없다. 또 완제품 반출이 아니라 공단 정상화로 의제를 바꿔 실무회담을 다시 제안할 필요가 있다.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은 공단 정상화 이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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