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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수장들과 경제단체장의 ‘부적절한 만남’ |
경제부처 수장들이 오늘 경제5단체장과 회동을 한다. 현오석 부총리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등 경제부처 수장들이 총출동한다고 한다. 경제정책을 입안·집행하는 경제부처 수장들과 경제현장을 맡고 있는 경제단체장들이 만나 서로 의견을 나누는 거야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자주 만나도록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회동 시기나 의도로 미뤄보면 대단히 부적절한 만남이다.
이번 회동의 의도는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8일 현 부총리가 예고한 대로 기업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하기 위한 자리이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기업 애로사항이 무엇이겠는가.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중인 경제민주화 법안들이다. 기업들은 경제민주화법이 기업들의 사기를 저하시켜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현 부총리는 경제단체들의 이런 주장을 확산시켜 국회의 경제민주화법 입법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 할 것이다.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경제정의를 실현해야 할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특히 이 자리에는 경제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 관세청장 등도 참석한다. 경제사정기관장들이 떼거리로 경제단체장과 회동하는 것은 모양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현 부총리가 그들을 대동하고 경제단체장을 만나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들을 경제단체장들 앞에 불러다 놓고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사정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그들 입으로 하도록 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세무조사를 살살 할 테니 적당히 탈세하면서 투자 많이 하라고 촉구하려는가. 경제사정기관장들에게 굴욕적인 자리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최근 일련의 이런 움직임은 현 부총리의 잘못된 인식 탓이 크다. 그는 지난주 경제사정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수용할 수 없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마치 ‘재계 대변인’처럼 행동하고 있다.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면서 우리 경제의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경제부총리가 기업에 매달려 경제를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것 같아 보기에 안쓰럽다. 친기업 정책은 산업부 장관에게 맡기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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