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3 20:01
수정 : 2005.08.25 20:24
사설
요하네스 본프레레 축구대표팀 감독이 어제 물러났다. 자진 사퇴라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지난해 4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중도하차한 지 1년2개월 만이다. 그만큼 한국축구가 위기에 처했다는 증거다. 대표팀은 이달 들어서만 두 번이나 망신을 당했다. 지난 7일 끝난 동아시아대회에서 숙적인 일본에 진 데 이어, 17일 서울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사우디전에서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우리 축구가 희망의 증거를 보여주지 못해 그의 교체는 예상된 것이었다.
다음달로 예정된 후임 사령탑의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 기회다. 외국인이든 국내파든 지나치게 여론에 의존하는 감독 선임은 위험하다. 다양하고 철저하게 상대팀을 분석해 자신감 있게 전략을 세워나갈 새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대표팀 전력으로 보아 내년 6월에 열릴 월드컵 본선 전망은 어둡다.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 집중력 부재가 여전한 상황에서는 1승도 건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앞으로 맞서 싸울 상대는 일본이나 사우디보다 전력이 막강한 유럽과 남미 등의 세계 32강권 나라들이다. 속도감 넘치면서 근성을 잃지 않는 한국축구의 전통을 회복하지 않는 한 16강 진출 희망이나 4강의 영예는 헛된 꿈이 될 수밖에 없다. 축구 수준이 떨어진 데는 2002년 월드컵 종료 뒤 세대교체 등 이후 계획을 착실하게 세우지 못한 대한축구협회의 책임 또한 크다. 감독을 선발해온 축구협회와 대표팀을 지원해야 할 기술위원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남은 시간은 10개월뿐이다. 축구협회와 기술위는 후임 감독의 선정을 포함한 확고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대표팀 감독 경질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최후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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