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3 20:04
수정 : 2005.08.23 20:04
사설
한국의 노사관계가 국제적 망신을 당할 위기에 몰렸다.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노동기구 아태지역 총회가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으로 총회 파행을 우려한 후안 소마비아 노동기구 사무총장이 이미 두 노총에 ’실망’을 표명했다. 노동기구는 정부에도 “한국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을 개선하고 대회 개최를 위한 원만한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원만한 여건’ 마련에 나설 의지가 없어보이고, 두 노총도 불참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왜 이런 사태가 빚어졌는지 원점에서부터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노총의 간부가 파업 현장에서 레미콘차에 깔려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노동부가 무성의로 일관한 게 사태의 발단이었다. 거기에 직권중재를 둘러싼 갈등이 더해지면서, 두 노총은 정부의 ‘노동 배제 정책’에 변화를 촉구하며 총회 불참을 선언했다. 불참 선언 뒤에 노동부는 오히려 초강경책으로 답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에 대한 긴급조정권 발동이 그것이다. 노동계와 대화를 차단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최근 타이에 있는 국제노동기구 아태지역본부를 방문한 것도 노동계를 자극했다. 두 노총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로비만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로선 주최국 노동자들이 불참하는 대회를 열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개최지를 바꾸면 한국의 노사관계는 국제사회에서 또다시 손가락질을 받게 되고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정부가 노동계와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두 노총과 대화를 단절한 노동정책을 언제까지 고집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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