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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26 19:02 수정 : 2013.06.26 21:06

새누리당이 이미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으로 입수한 정황이 드러났다. 집권 후 대화록을 공개하는 방안도 이미 그때 검토했다고 한다.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단순히 돌발적인 결정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순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사실은 다른 사람도 아닌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이 자랑하듯이 실토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김 의원이 어제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말했다는 내용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읽어봤다” “부산에서 그 대화록을 울부짖듯이 쭈욱 읽었는데 기자들이 기사화하지 않더라” “원세훈(당시 국정원장)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협조를 안 해줘서 결국 공개를 못 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충격적이지만 이런 엄청난 사실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태도 역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실제로 김 의원이 지난해 12월14일 부산 유세에서 말한 내용을 보면 이런 발언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요즘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등에서 문제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몇몇 발언만을 골라 유권자들의 안보심리를 자극했는데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김 의원이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을 직접 읽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새누리당이 대선 전에 정상회담 회의록을 입수했다는 정황은 당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가 대선 전 지인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담은 녹음 파일에서도 확인된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어제 국회에서 공개한 녹음 내용을 보면 “이거는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 등의 놀라운 발언까지 나온다. 앞뒤 정황을 살펴볼 때 김무성·권영세 등 웬만한 새누리당 핵심 멤버들은 당시에 대부분 회의록을 들여다봤다는 게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이번 사안은 국가의 기본질서에 관한 문제로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다. 국기문란 행위가 이미 선거 전부터 이뤄졌고, 그것이 선거전략으로 활용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서를 새누리당에 넘겼는지, 새누리당 쪽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이 기록을 불법으로 열람했고, 이 회의록을 활용하기 위한 내부 선거전략 회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새누리당한테서 받은 요청 내용과 이를 거부한 과정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초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이런 상황을 보고받았는지, 직접 이 대화록을 당시에 읽은 적이 있는지에 모아진다. 여러 정황상 박 대통령이 당시 이런 진행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으리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결코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예정된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에서도 당연히 이 사안에 대한 조사를 포함해야 한다.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만이 비틀린 나라를 조금이라도 바로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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