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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28 18:57 수정 : 2013.06.28 18:57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운영돼온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노동자·농민 단체 대표 3명이 26일 탈퇴했다. 이들은 ‘대선 공약에서 대폭 후퇴한 개악안에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고 탈퇴 이유를 밝혔다. ‘노인의 빈곤 완화를 위한 큰 틀의 사회적 합의 모색’이라는 위원회 설립 취지는 그 빛을 잃어버렸다.

이렇게까지 된 데는 그동안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이라는 대선 공약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내용은, 기초연금 최대액을 20만원으로 한정하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지급하는 방안이라고 한다. 이 안의 기준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에이(A)값(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3년 평균소득)이다. 에이값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10년이 되면 약 11만원이며, 20년이 되면 약 22만원이다. 최대액인 20만원에서 이 에이값을 제외한 금액만 기초연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20년 이상 납부한 사람은 기초연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다.

현재 기초노령연금 10만원을 받고 있던 소득 하위 70% 노인들도 국민연금에 20년 가까이 가입해 연금을 받고 있었다면 기초연금은 못 받게 된다. 20만원을 받을 거라던 희망이 깨지는 건 물론 받던 10만원마저 빼앗기는 결과다. 탈퇴를 선언한 대표들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말한 게 심하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국민연금에 손을 대는 이유는 재정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 방안대로 하면 박근혜 정부 임기인 2014~2017년까지 36조1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20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데 드는 재원 42조9000억원보다 약 7조원이 절감된다. 하지만 국가 전체 예산에서 보면 그리 큰 돈이라고 할 수 없다. 의지만 있다면 불요불급한 사회기반시설 예산이나 국방예산 등을 줄여 연간 300조원이 넘는 예산에서 2조원 정도는 더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큰 건 신뢰를 잃는 것이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이라는 약속은 박근혜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다. 정권 초기부터 중요한 약속을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한다면, 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던 ‘원칙과 신뢰’가 밑동부터 잘리는 셈이다. 노동계 등에서 제안했듯이, 국가재정을 고려해 소득 하위 80% 노인에게만 기초연금을 주는 것까진 국민들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지급액을 차감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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