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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28 18:57 수정 : 2013.06.28 23:21

새누리당의 모습이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에 대한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고 있는 터에 김무성 의원의 ‘대화록 불법 입수 자진 실토’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여야 공동선언문 채택 제안, 백령도 최고위원회 개최 등 억지를 덮기 위한 또다른 억지로 궁지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그럴수록 집권여당의 한심한 수준만 드러날 뿐이다.

무엇보다 김무성 의원의 해명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수준이다. “발췌본이든 원본이든 본 적이 없다” “대화록과 유세 발언이 왜 같은지 모르겠다” 따위의 말은 거짓말의 기본기도 갖추지 못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게다가 김 의원의 부산 유세 발언에는 미국에 대한 ‘저항감’ 등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보지 않고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표현까지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에게 묻고 싶다. 말도 되지 않는 오리발로 도망가기 급급한 것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5선 국회의원에 여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이라면 최소한의 품격은 있어야 한다. 더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를 하지 말고 제발 염치와 양심을 되찾기 바란다.

새누리당이 김 의원의 발언 내용 발설자 색출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드러난 풍경은 더욱 가관이다. 발언 유출자로 지목된 김재원 의원이 김무성 의원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면 “저는 어떻게든 형님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오니” 따위의 기막힌 표현이 나온다. 두목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아부하고 충성을 맹세하는 조폭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명색이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거지가 이 정도 수준이라니 혀를 찰 노릇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민주당에 중요한 제안을 하는 긴급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으나 막상 내용은 “우리 영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담는 여야 공동선언문을 만들어 국민 앞에 상신하자”는 전날 제안의 김빠진 되풀이였다. 정상회담 대화록 어디를 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엔엘엘(NLL)을 포기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도 그런 생뚱맞은 제안을 한 것부터 쓴웃음을 자아낸다. 황 대표는 애초 ‘엔엘엘 국정조사’를 제안하려 했다가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황급히 포기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얼마나 우왕좌왕하는지 알 만하다.

황 대표는 대화록 사전 유출 문제에 대한 질문에 “김무성 의원께서 그 부분에 대해 해명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물쭈물 넘어갔다. 과연 황 대표는 김 의원의 해명을 듣고 스스로 이해가 됐는지 묻고 싶다. 집권여당 대표가 자신도 납득하지 못하면서 국민에게 이해를 강요해서야 어떻게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새누리당은 억지를 부려도 정도껏 부려야 한다. 대화록 사전 유출 문제에 정말 자신이 있다면 검찰에 스스로 수사를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토록 엄청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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