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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개혁은 조직·예산 축소부터 |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이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정보 수집의 촉수를 들이대고 있는 현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한겨레> 취재 결과 국정원 직원들은 아이오(IO)라는 이름으로 정부 부처, 국회, 여야 정당, 법원과 검찰청,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언론사, 대기업, 금융기관 등을 공공연히 출입하며 첩보활동을 했다고 한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출입처 제도’를 폐지했건만, 이명박 정부 들어 ‘말짱 도루묵’이 돼버린 것이다.
국정원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 활동은 공룡처럼 비대해진 조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국정원의 정확한 인원과 예산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대략 1만명이 넘고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이 이렇듯 거대 조직으로 남아 있는 한 조직의 생리상 생존을 위하고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개입 유혹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활동을 줄이기 위해 국정원장 독대를 폐지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바로 독대가 부활하고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은 되살아났다. 거대한 조직과 예산이 뒷받침되는 한 악습은 언제든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러니 국정원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조직을 경량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폭적인 인원 감축과 예산 삭감을 위한 청사진이 마련돼야 한다. 적어도 정보기관을 국내와 국외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러시아 등 정보 분야 선진국들은 정보 독점과 오용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이미 분리하고 있다.
아울러 국정원이 정치에 관여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국내 정치정보 수집 기능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 현재 국정원은 ‘국내 보안정보’만 취급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한다는 명목으로 요리조리 빈틈을 찾아 빠져나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보수집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문화하며, 이를 위반하는 상사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정원의 정치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여당인 새누리당도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와 정몽준 의원은 지난 19일 “이번 기회에 국정원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의원은 “지금도 국정원 직원이 국회 출입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관행부터 고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에 대한 사상 첫 국정조사가 곧 실시된다. 국정원에 대한 의혹 규명을 넘어 실질적으로 정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전면적인 개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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