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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BS, 수신료 인상 말할 자격조차 없다 |
<한국방송>(KBS)의 매체 비평 프로그램인 <티브이(TV)비평 시청자 데스크>는 6월22일 ‘클로즈업 티브이’ 코너에서 자사의 대표 뉴스인 <뉴스9>의 국정원 보도 문제점을 집중 해부했다. 이 코너에 출연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와 민동기 미디어평론가는 한국방송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과 관련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단편적 사실 전달에만 그치는 소극 보도로 일관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다른 신문과 방송 등의 보도와 비교를 하면서 한국방송 뉴스만 봐서는 사건의 핵심이 무엇인지 이 사건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질타했다. 한마디로, 공정보도로 건전한 공론 형성에 기여해야 할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은 뉴스는 제대로 못했지만 자기 뉴스의 잘못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한국방송에 기대와 희망을 가졌음 직하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그런 기대와 희망을 걸 만한 기관이 아니었음이 금세 드러났다. 길환영 사장은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다음날이 일요일임에도 회사에 출근해 보도본부장, 시청자본부장에게 방송이 나간 경위를 따져 묻고, 24일 임원회의에서 제작 과정에 대해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28일 단행한 인사에서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고영규 시청자국장과 홍성민 시청자서비스부장을 보직 해임했다.
회사 쪽은 이 인사가 보복이 아니라 7월1일부터 시작한 조직개편의 일환이라고 변명하지만 프로그램 방영과 그 이후 길 사장이 취한 일련의 조처를 보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동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소한 오이밭에서 신발 끈을 맨 행동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일은 방송법이 보장하고 있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에 대한 보복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서도 문제가 크다. 방송법을 무력화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자사 프로그램조차 비판하지 못하게 하는 방송사가 어떻게 공정성과 신뢰를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방송은 최근 내년 1월을 목표로 현재 2500원으로 돼 있는 수신료를 2배 가까운 4300원으로 올리는 작업을 맹렬하게 펼치고 있다. 액수의 적정성을 떠나 가장 중요한 전제는 공정성과 신뢰성의 확보가 돼야 한다. 지금처럼 국가의 정통성이 걸린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편파·불공정 보도를 버젓이 해놓고도 그런 잘못을 지적하는 프로그램조차 용인하지 않는 태도로는 수신료 인상의 ‘수’ 자도 꺼낼 자격이 없다는 걸 한국방송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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