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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밀양 송전탑, 기한 연장해 원점에서 해법 찾아라 |
밀양 송전탑 갈등 해결을 위해 구성된 전문가협의체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협의체에 참여중인 주민·야당 추천 위원들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전의 무성의한 태도로 협의체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한전 추천 위원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전이 7년 묵은 갈등의 해결 방안을 원점에서부터 논의하자는 전문가협의체 출범 취지를 비웃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선 어떤 권고가 나온다 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불신 해소를 위한 방안부터 마련하고 시한을 연장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협의체의 파행에는 한전 쪽 책임이 커 보인다. 협의체의 핵심 의제는 밀양 송전탑을 건설하지 않고 기존 선로만으로 신고리 원전 3~4호기 생산 전력을 송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검토하려면 기존 선로에 관한 자료와 용량을 늘릴 경우의 시뮬레이션 자료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전은 기존 선로 용량을 늘리는 것은 과부하 문제로 불가능하다며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형식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한전 추천 위원들은 송전탑 건설 논리만 대변했다고 한다. 지중화 공사에 대해서도 최장의 시간과 최고의 비용이 드는 쪽으로 계산해 의도적 과장을 했다고 주민 추천 위원들은 주장한다.
송전탑 사업 주체인 한전이 이렇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만 내놓고 눈속임을 하려 든다면 위원회의 논의는 겉돌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의견의 차이를 줄이고 객관적인 해법을 찾아가는 길은 한전이 기존 선로 용량 증설과 간선 노선 연결, 그리고 선로 지중화 등 핵심 쟁점과 관련된 자료를 성실하게 제공해주는 일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전문가협의체 발족 당시 예단을 갖지 않고 필요한 모든 정보를 위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협의체 내부의 불신을 해소하고 문제를 풀도록 이끌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가 한전 쪽에 성실한 자료제공을 촉구해야 한다.
전문가협의체는 애초 오는 8일 국회에 보고서를 내도록 돼 있는데, 그 일정에 맞추기 위해 보고서 채택을 강행하는 것은 갈등을 키울 뿐이다.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으로 주민 10명 중 7명이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협의체를 들러리로 삼아 공사 재개를 강행하는 일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술적 쟁점을 논의하기에도 40일의 시한은 촉박하므로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신고리 원전 3호기가 위조 부품 문제로 12월 가동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하니 시간에 쫓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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