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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괴물’ 국정원에 사이버안보 맡길 수 있나 |
정부가 국가정보원에 사이버안보의 실질적 총괄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을 그제 발표했다. 사이버안보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맡고 실무 총괄은 국정원이 담당한다는 발표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이버안보의 특성상 국정원이 실질적인 총괄 기능을 갖게 될 게 뻔하다. 지금처럼 못된 짓을 일삼는 국정원에 사이버안보 총괄 기능까지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런 대목은 국정원이 공공영역을 넘어 민간부문까지 사이버상에서 정보수집의 손길을 뻗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 대책은 그동안 국정원, 한국인터넷진흥원, 국군기무사령부 등 세 곳으로 나뉜 사이버위협 대응체계를 바꿔 위기 상황 발생 시 국정원이 관련 정보를 종합해 총괄지휘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국정원은 공공영역을 넘어 민간부문까지 정보수집의 양 날개를 달겠다는 오랜 숙원을 해결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정원이 민간부문에 합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는 셈이다.
정부 쪽 설명은 국정원이 사이버안보 대응 면에서 비교적 앞서 있는 만큼 실무 총괄 기능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지만 이는 단견이다. 국정원이 어떤 국정원인가. 사이버상에서 종북세력을 척결한다는 명목을 내걸고 조직적으로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댓글을 단 조직이다. 이는 정보기관이 버젓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점에서 국기문란 행위에 해당한다. 그에 대한 국정조사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자, 국정원의 명예를 지킨다는 황당한 이유를 대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해 국가의 명예를 해치고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집단이다. 정보기관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이런 국정원을 어떻게 믿고 사이버안보 총괄 기능을 맡긴단 말인가.
국정원이 바로 서는 게 먼저다. 사이버안보 총괄 기능을 주네 마네 하는 논의는 그다음이다. ‘괴물’ 국정원에 사이버 총괄 기능까지 주었다가는 또 무슨 사달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사이버안전 대책이 아무리 시급하다 해도 믿을 수 없는 국정원에 무턱대고 맡겨서는 안 된다.
지금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사이버안보 총괄 기능 문제 역시 국정원 개혁의 큰 그림과 연동해서 연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꼭 국정원에 이 기능을 부여해야 하는지, 제3의 기관에 맡길 수 없는지 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도의 보안 속에서 은밀히 진행하는 일일수록 감시와 견제 장치를 촘촘히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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