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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만이 능사는 아니다 |
국민연금 개선을 다루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8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14%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를 서둘러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보험료 상한액을 올려 고소득층의 소득재분배 역할을 높이는 등 국민연금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게 더 시급한 과제다.
국민연금 기금이 머잖아 고갈되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의 타당성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급속한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발표된 국민연금 장기 재정 추계 결과를 보면, 기금 소진에 대한 불안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47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국민들이 국민연금의 필요성과 역할을 몸으로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훨씬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더욱이 현재 우리의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제대로 된 혜택을 누려보기도 전에 ‘용돈 연금’으로 전락해 버린 상태다. 70%였던 소득대체율이 1998년 1차, 2007년 2차 연금개편을 거치며 60%로, 다시 40%로 급격히 떨어지고, 60살이면 타던 연금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늦춰져 2033년에는 65살이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보험료율만 급격히 인상해 ‘많이 내고 그대로 받는’ 국민연금이 돼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따라서 보험료 인상을 서둘 게 아니라 우선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틈새를 메우는 작업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 연령인 18~59살 인구 3280만명 가운데 51.4%인 1686만명이 국민연금에서 소외돼 있다. 이들 저소득계층에 대한 연금보험료 지원 등이 시급하다.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내는 보험료 상한액은 올리고 받는 연금의 상한은 설정해 연금 수익비가 1 미만으로 점차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 또한 복지제도의 하나인 만큼 고소득층이 소득 재분배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은 기초연금과 함께 묶어서 논의돼야 한다. 두 제도는 모두 노후보장을 위한 것이나 그 성격은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일할 곳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소득을 전제로 하는 국민연금은 상당한 규모의 사각지대를 피할 수 없다. 반면 세금을 기반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몫을 늘리면 그만큼 국민연금의 몫은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복지증세에 대한 획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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