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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10 19:01 수정 : 2013.07.10 19:01

동아일보사가 운영하는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A)>가 큰 사고를 쳤다. 이 방송은 7일 아시아나항공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인명 사고를 일으킨 사건을 보도하면서 ‘사망자 2명이 모두 중국 사람이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이에 중국 사람들이 크게 반발하자, 외교부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하면서 만들어놓은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호감을 이 보도가 한 방에 까먹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준 미달의 종편 하나가 국익을 크게 훼손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심각한 점은 이런 보도가 어느 한 종편에서 일어난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금 주요 언론사가 운영하고 있는 종편의 현실이 그런 사고를 언제든지 낳을 수 있는 구조적 상황에 처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9일 발표한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의 2012년도 사업계획 이행실적 점검 결과를 보면, 종편은 애초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은 일자리 1만2000개 창출, 국제적인 미디어그룹 육성, 콘텐츠 시장의 세계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국회에서 날치기까지 하면서 종편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 중 하나도 충족된 게 없음이 이번 점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종편들은 방송의 질을 좌우하는 콘텐츠 투자계획의 47.4%밖에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다. 가장 심한 게 <조선티브이(TV)>로, 1575억원을 투자한다고 해놓고 실제 604억원(38.4%)만 썼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모든 종편의 재방송 비율이 원래 계획을 훨씬 웃도는 50% 이상을 기록했다. 돈 적게 들이고 시청률 올리기에만 집착하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와 증언, 방송윤리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보도프로그램만 난무하는 난장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5·18 북한군 개입’ 허위 보도와 이번 아시아나항공기 사고와 관련한 몰상식한 발언은 이런 상황이 낳은 필연적인 산물이다.

방통위는 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종편 4개사와 보도전문채널 <뉴스 와이(Y)>에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하나 마나 한 사업계획 미이행 사항의 이행 촉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불량 사업자를 퇴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18대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을 지내며 지금의 기형적 종편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한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그나마 속죄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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