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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의 결정마저 우롱하는 한국일보 사주 |
한국일보사 사주인 장재구 회장의 행태가 치졸하기 짝이 없다. 그에게서 언론사주에게 꼭 필요한 언론자유에 대한 존중은커녕 기업주로서 최소한의 양식마저 찾기 어렵다. <한국일보>의 비정상 발행 사태가 진행될수록 문제의 본질이 장 회장 개인에게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일보사는 9일 오후 3시께 회사 쪽의 일방적인 편집국 봉쇄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편집국 문을 열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밖으로 떠돌던 150명의 기자가 제작 참여를 위해 25일 만에 편집국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회사 쪽은 이들에게 기사를 쓰고 편집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편집국을 개방하면서, 대다수 기자의 참여 없이 제작하는 신문을 ‘쓰레기 종이 뭉치’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주도한 논설실장을 논설고문으로 밀어냈다. 또 장 회장에 반대하는 기자들을 대신해 신문을 제작할 경력기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3일에 이어 어제치에 다시 냈다. 한마디로,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는 흉내만 내면서 신문은 사주 뜻에 따르는 사람끼리 만들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 회장을 중심으로 한 회사 쪽의 이런 태도는 사주에 대한 ‘충성맹세’를 거부한 기자들에게 펜을 빼앗은 행위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장 회장이 봉쇄했던 편집국을 다시 연 것은 기자들을 다시 제작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내도록 한 하루 3000여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모면하려는 꼼수였던 셈이다. 법원 판결문에 대한 장 회장의 해독 능력과 윤리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장 회장은 당장 법원 결정의 취지대로 기자들이 신문 제작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해야 한다.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법원의 결정을 우롱하는 사람은 언론사주의 자격이 없다. 검찰도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장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해 시비를 확실하게 가려줘야 한다. 장 회장의 배임 사건은 노사 간의 단순한 이해다툼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기본과 관련한 문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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