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4 21:36
수정 : 2005.10.25 16:26
사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부동산 문제 대책의 하나로 서울의 고교 학군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 관련 단체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된 비판은 교육 문제를 집값 안정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서울 강남의 집값과 교육 문제가 무관하지 않은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육은 집값보다 훨씬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 만의 하나라도 강남 집값을 잡자고 교육을 희생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곧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비록 논의는 집값 대책 차원에서 시작됐을지언정, 검토 과정에서는 교육적 가치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생활권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서울의 현행 고교 학군은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11개로 나뉘어 있는 학군 수를 줄이는 학군 광역화는, 생활권 변화를 반영하면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넓혀주는 측면이 있다. 학급당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의 여건을 개선할 여지도 있다. ‘선 복수지원, 후 추첨제’를 확대하는 것도 잘되면 일정한 교육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생활 수준과 환경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섞여서 공부하면, 계층이나 지역간 위화감을 줄일 여지도 있다. 선의의 경쟁과 자극을 통해 학생들의 면학을 촉진할 수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현재의 학교 여건,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 등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훨씬 클 것으로 우려된다. 강남 등의 이른바 ‘입시 명문’ 학교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나머지 학교들은 그야말로 이류로 취급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평준화의 본뜻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물론 평준화 자체가 교육의 목표일 수는 없다. 하지만 평준화에는 포기할 수 없는 교육적 가치가 담겨 있다. 학생들이 출신 학교 때문에 차별대우를 받지 않고 대등한 교육 여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는다는 건, 공교육이 추진해야 할 기본 목표다. 이 목표는 강남의 집값 안정이나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확대 등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교육 당국자들은 학군 조정 과정에서 이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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