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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화록 열람, 또다른 논란 증폭시켜선 안 돼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 자료에 대한 국회의 열람이 15일 시작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지정한 10명의 열람위원이 국가기록원에서 자료 목록을 살펴보는 예비열람을 했다고 한다. ‘엔엘엘’(NLL) 등 7개 검색어를 토대로 준비된 자료 목록 중 열람위원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자료를 추린 뒤 사본을 국회로 가져와 본격적인 열람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여야 위원들은 열람 자료를 선정하지도 못한 채 검색어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보여 17일 다시 국가기록원을 찾기로 했다고 한다.
첫날 대상 자료 선정부터 쉽지 않은 데서 보듯 자칫 대화록 열람은 또다른 논란의 시작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화록 열람이 극한 공방을 증폭시키지 않는 것이다. 여야가 겉으론 엔엘엘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대화록을 공개한다고 하지만, 속셈은 너무 다르다. 똑같은 자료를 두고도 한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엔엘엘을 포기했다고 할 것이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다며 티격태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여야가 극한 대립을 재연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
이번 열람이 비록 국회 의결로 이뤄졌다 해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초에 해당하는 남북 정상의 대화 기록을 당대에, 그것도 여야가 정쟁의 와중에 열어 본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국가정보원의 폭거로 이미 대화록 전문이 공개됨으로써 국격에 치명적 손상을 입은 마당에 또다시 대화록을 열어 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야가 면책특권 뒤에 숨어 국회 운영위에 보고하는 식으로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극히 편법적이다.
논란을 증폭시키지 않으려면 여야가 합의된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열람이나 공개 모두 최소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가 합의된 내용에 한해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람하는 중에 불리한 자료가 나왔다고 해서 무턱대고 열람을 확대하자고 한다거나, 합의되지도 않은 사항을 언론에 흘리는 비신사적 행위를 한다면 국민적 지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양쪽의 각기 다른 해석을 병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야는 대화록 열람 과정에서 성숙한 정치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정치가 나라 발전의 걸림돌이 되어선 곤란하다. 소모적인 엔엘엘 논란은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엔엘엘 정국이 더는 악화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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