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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성 없는 지방공약 과감히 접어라 |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지방 신규 사회간접자본 공약 대부분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제시한 27개 신규 공약사업 가운데 10개 사업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이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쳤는데, 9개가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앞뒤 안 가리고 공약을 남발한 결과다. 나머지 공약이라고 딱히 경제성이 높을 리 없다. 이제라도 옥석을 철저히 가려 경제성이 부족한 사업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이 15일 내놓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보면 10개 공약의 편익 대 비용 비율은 평균 0.66의 낙제점에 그쳤다. 편익 대 비용 비율이 통상 1을 넘어야 경제성 있는 사업으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는 6조원 넘는 예산이 들어가지만 편익 대 비용 비율이 0.26~0.27에 불과한 경북 포항~강원 삼척 고속도로 사업, 비율이 0.1에도 못 미치는 전남 여수~경남 남해를 잇는 한려대교 사업 등도 포함돼 있다. 지역에선 숙원사업일 수 있어도 막대한 혈세를 들여 지어놓으면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성이 턱없이 부족한 사업을 대선 공약에 포함한 게 한심할 따름이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모든 지방공약을 이행하되 사업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은 지자체와 협의조정하겠다고 한다. 경제성이 부족한 사업은 접어야지 약속은 지킨다는 시늉을 내려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다간 문제를 키울 수 있다. 지방공약 사업에는 계속사업 40조원, 신규사업 84조원 등 모두 124조원의 사업비가 든다고 한다. 무엇보다 재정 상황이 세금은 예상보다 덜 걷히고 복지공약에 들어갈 돈조차 빠듯할 정도로 녹록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중심을 잘 잡아야지 정치권과 지방정부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 지역공약 이행을 위해 민간자본 유치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발상도 우려된다. 민자사업은 투자기업의 이익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공익은 뒷전이고 비용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지역사업은 물론 국토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예산만 낭비한 채 무용지물처럼 된 사례가 수없이 많다. 문을 닫은 공항청사에 자동차 구경하기 힘든 도로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이 사업 추진에 급급해 예비타당성조사마저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국가기간교통망 사업은 조사를 아예 면제해주자는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공약을 남발한 정치권도 자숙해야 한다. 공약은 지켜야 하지만 그 이전에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애초에 하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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