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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신경과 안일함이 빚은 노량진 수몰 사고 |
7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15일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는 그 원인이 드러날수록 ‘인재’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노량진 배수지 공사의 책임을 지고 있던 수십명 가운데 단 한명이라도 자기 몫을 다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건데, 모두 무신경과 안일함으로 대처해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이날 사고는 공사의 기본조차 무시한 채 강행된 탓이 크다. 사고 당일 서울에는 닷새째 장맛비가 내리고 있었고, 팔당댐은 초당 최고 1만6000t의 물을 방류하고 있었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37조는 “비·눈·바람 등으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감리회사의 안일함도 주요 사고 원인 중 하나다. 감리회사 쪽 책임자는 이날 “수방계획서에 따라 인부들이 당연히 빠져나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사는 감리회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시행하는 ‘전면 책임관리제도’ 방식으로 시행됐다고 한다. 그저 서류에 수방계획을 작성하는 것만으로 책임이 끝나지 않는다.
작업 과정에서 시공사와 하청업체 간의 소통도 원활하지 못했다. 시공사 소장은 “범람 위기를 알고는 부하 직원에게 작업 중단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청업체 쪽은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시공사 소장이 위기를 느낀 건 스마트폰 메신저로 전달된 현장 사진을 보고서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는데도, 자신의 철수 지시가 현장까지 전달됐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감리회사, 시공사와 하청업체 모두에 대해 산업안전 관련 법령 위반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또 반드시 규명해야 할 것은 높이 2.2m의 터널 입구 쪽에 설치된 원형 철판 차단막의 규정 준수 여부다. 이 차단막이 한강 쪽에서 들어오는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면서 인명을 앗아간 것인데, 그 두께가 고작 6~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작업자의 목숨과 직결된 시설이 이렇게 부실하게 설치·관리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번 참사의 근본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 감리회사, 시공회사들이 안전수칙을 준수하는지 여부 등을 관리감독할 무한책임이 서울시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쪽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께 감리회사 쪽에 안전점검을 지시했다고 하는데, 현장점검에 걸린 시간이 고작 15분이었다고 한다. 지시를 내린 쪽이나 보고를 한 쪽이나 모두 수박 겉핥기였던 셈이다. 서울시는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내고,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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