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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두환 추징금’ 환수, 검찰 의지에 달렸다 |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집행을 위해 16~17일 서울 연희동 집과 큰아들 전재국씨를 비롯한 가족들의 집 및 회사를 수색해 그림과 도자기 등 고가의 미술품 400여점을 압수했다. 조만간 가족들을 소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이른바 ‘전두환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범죄 몰수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예상되던 바다.
5000억원대의 뇌물 등 천문학적 액수의 검은돈을 받아 챙긴 ‘군사반란 수괴’가 갈취한 돈을 법망을 피해 자식들에게까지 고스란히 대물림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법적으로도, 국민 감정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그동안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며 추징금 환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나 이제는 법률도 개정되고 여론까지 뒷받침해주고 있는 이상 전씨와 그 가족, 친인척 명의로 감춰진 검은돈을 낱낱이 밝혀내 1672억원의 미납 추징금을 전액 환수해야 한다.
전씨는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형 확정과 함께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나 지금까지 533억원만 내고는 “29만원밖에 없다”며 버텨왔다. 그러나 큰아들이 1000억원대 등 그의 자식과 가까운 친인척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부동산과 채권 등 거액의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뚜렷한 수입원이 없는 전씨의 2~3세들이 전씨 재판이 끝난 지 1년 뒤인 1998년부터 고가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등 정황상 전씨 비자금이 이들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짙다. 특히 큰아들 전재국씨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만든 것으로 봐서 비자금을 국외에 감춰뒀을 수도 있다.
검찰은 과거 추징금 시효를 연장하는 데 급급해 전씨 쪽 자산 추적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씨 일가의 행태에 분노한 여론에 힘입어 가족이나 친인척 등의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위헌 논란 탓에, 전씨 비자금으로 산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전씨 자산이라고 보는 ‘입증책임 전환’ 규정까지는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검찰 한쪽에서 입증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관련자들에 대한 출석 요구는 물론 금융거래 및 과세정보까지 받아볼 수 있다. 또 법 7조에 ‘상당한 개연성’만 있으면 불법 자산으로 인정하도록 돼 있는 만큼 검찰 의지에 달렸다.
전씨가 지금껏 재산을 빼돌리며 큰소리치고 살아올 수 있었던 데는 검찰의 게으른 법집행 책임도 없지 않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전씨의 감춰진 재산을 모두 밝혀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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