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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학의 전 차관 수사, 검찰 자정 의지 시험대다 |
건설업자 윤아무개씨의 성접대 로비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18일 윤씨한테서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김학의 전 법무차관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아무개 전 서울저축은행 전무를 비롯해 관련자 18명도 배임 등 혐의로 함께 송치했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부가 검찰총장 후보로까지 꼽던 실세 법무차관이 연루된 성로비 사건이란 점에서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성접대는 어느 정도 밝혀졌으나 권력형 로비는 제대로 드러난 게 없다. 검경 사이의 신경전에다 김 전 차관의 소환 거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도 장장 120일간의 수사치고는 미흡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경찰 발표를 보면, 김 전 차관은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 윤씨와 함께 여성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특수강간)가 적용됐다. 최음제를 사용한 강간의 공범인 셈이다. 경찰이 확보한 성접대 동영상은 2006년 8~9월께 윤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촬영된 것이고, 김 전 차관도 여기에 등장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피해여성들의 강간 주장에 대해 김 전 차관 쪽은 강력 부인하고 있어 섣불리 진위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경찰이 시효가 지난 준강간이나 준강제추행죄 대신 특수강간죄를 적용한 것을 둘러싸고 법률적 논란도 제기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동영상에 등장한다면 최소한 성접대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법적 단죄 이전에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검사장급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또는 춘천지검장 시절이었다면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제 사건은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김 전 차관이 짧은 기간이나마 검찰 내 실세였다는 점에서 검찰이 얼마나 제대로 수사할 것인지 미심쩍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검찰 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야 한다. 성접대는 받았으나 로비는 없었다는 경찰 수사 결과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는 만큼 작은 의문점이라도 나타난다면 경찰 이상으로 파헤쳐 강력한 자정과 개혁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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