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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규현 외교차관의 부적절한 ‘자민당 대승’ 발언 |
주일 대사관 신청사 개관식에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던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이 18일 일본 외상을 예방한 자리에서 ‘자민당의 대승’을 기원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김 차관은 이날 약속보다 늦게 나타난 기시다 후미오 외상이 “참의원 선거 일정 때문에 늦었다. 미안하다”고 말하자, “괜찮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두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양국관계와 국민감정을 두루 고려해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 고위 외교관료로서 매우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부는 ‘자민당 대승’ 발언이 상대를 배려한 덕담이라고 변명했다. 더 나아가 김 차관은 “상대방을 만나면 덕담으로 대화를 끌어가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혹세무민성 변명이다. 말로 국익을 다투는 외교 현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일부러 험한 언사도 불사해야 한다. 꼭 덕담만 해야 하는 게 외교가 아니다.
김 차관의 이번 발언은 두 가지 점에서 부적절했다. 첫째는 박근혜 정부의 대일정책 기조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한 아베 신조 총리의 퇴행적인 언행을 문제 삼아 정상회담의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윤병세 장관도 4월에 일본을 방문해 외무장관 회담을 하기로 했다가 아소 다로 부총리 등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자 전격적으로 방일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더구나 아베 정권은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경우 우경화·군사화의 길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김 차관의 자민당 대승 발언은 일본 정부에 마치 우리가 아베 정권의 과거 퇴행적 정책을 용인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둘째는 여러 정당이 다투는 선거에서 우리 정부가 자민당을 편드는 인상을 줬다는 점이다. 자민당에 반대하는 정당이나 시민이 내정간섭이라고 받아들여도 할 말이 없는 비외교적 언행이다.
외교부는 김 차관을 두둔하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일본에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밝히기 바란다. 그나마 그것이 김 차관의 실언을 수습하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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